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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재판거래' 의혹 싸고 대법원장·대법관 정면 충돌
작 성 자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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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후속조치를 두고 김명수(59·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정면 충돌했다. 


김 대법원장은 15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의혹 해소를 위해 수사 협조 의사를 밝혔으나, 대법관 13명 전원은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한 목소리로 이 의혹이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대법관들은 상고심 재판의 염결성이 의심 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이 의혹을 부인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 의사 등을 밝히며 의혹을 인정하자 매우 격앙된 분위기에서 입장문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조사결과에 대한 후속조치에 관하여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양승태 코트(court)'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관련자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다만 검찰 수사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한 모든 자료를 검찰에 제공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수사에 대하여 사법부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고, 법원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수사라고 하여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도 자명하다"면서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 했다는 부분에 대한 의혹 해소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면서 "이미 이루어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김 대법원장이 이처럼 입장을 표명하자 대법관들은 발끈했다. 2시간가량 후 대법관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대법관들의 입장'을 대법관 일동 명의로 발표했다. 여기에는 특별조사단을 이끌었던 안철상(61·15기) 법원행정처장도 대법관 자격으로 참여했다.


대법관들은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고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참담함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재판의 본질을 훼손하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대법관들은 이것이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재판거래 의혹은 사실무근임을 분명히 선언했다.


대법관들은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재판부와는 엄격히 분리돼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재판사무에 원천적으로 관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면서 "대법원의 재판은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이 각자의 의견을 표시해 하는 것이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인 대법원장 역시 재판부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독립해 대등한 지위에서 합의에 참여하는 대법원 재판에서는 그 누구도 특정 사건에 관해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판결이 선고되도록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재판거래 의혹은 터무니 없는 의혹 제기에 불과한데도 김 대법원장이 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비판한 것이다.


대법원의 고위 관계자는 "대법관들이 입장문을 따로 낸 이유는 아무런 합리적 근거도 없이 상고심 재판의 염결성이 의심 받고 있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급박한 심정에 따른 것으로 안다"며 "특히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를 최종 발표하면서 재판거래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마치 의혹이 있는 것처럼 입장을 취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들이 사실상 대법원장과 정면 충돌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일부 대법관들은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 외국에서 대한민국 판결을 어떻게 믿겠느냐'는 걱정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길에 '대법관들의 입장 발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법행정의 총책임을 맡는 저의 입장과 재판을 맡는 대법관들의 입장표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사법불신 개혁조치가 필요하고 의구심을 해소하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선 (대법관들과 저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등 13명의 법관을 징계절차에 회부했다. 고법 부장판사 2명과 지법 부장판사 3명에 대해서는 재판업무 배제조치를 했다. 


또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영구 보존을 지시했다. 사법부 스스로가 지난 잘못을 잊지 않고 시정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는 의미에서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사법부 스스로 훼손한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꾸짖음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공을 넘겨 받게 된 검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법부 차원의 고발이나 직접적인 수사의뢰가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수사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시민단체 등의 고발 건수는 지금까지 17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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