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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주 52시간 근로' 어떡해…대형로펌도 '전전긍긍'
작 성 자 최고관리자
최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법의 적용대상인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국내 대형로펌들도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개정법이 시행되면 주당 근로시간이 기존 최대 68시간에서 16시간이나 줄어 대형로펌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클라이언트들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응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다른 직종과 달리 '9시 출근', '6시 퇴근'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대형로펌 변호사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규정을 어기면 로펌의 대표(사업주)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등 경영상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의 노동문제를 컨설팅하고 해결해주는 법률전문가 집단인 로펌이 스스로는 법을 지키지 못해 위법행위를 했다는 굴레까지 덮어쓸 수 있어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업무 시스템을 한꺼번에 바꾸기도 어렵고, 업무특성상 변호사들의 월급을 줄이고 더 많은 변호사를 채용하는 식의 대안을 선뜻 선택하기도 어려워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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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책 마련에 분주… 해법은 '아직'= 다음달부터 곧바로 개정법의 적용을 받는 국내 대형로펌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율촌, 바른 등 모두 7곳이다. 대한민국 법률서비스 시장을 선도하며 시장 매출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주요 로펌들이다.

 

각 로펌들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파트너 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마땅한 해법은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태스크포스(TF) 팀까지 꾸려 근무형태에 따른 재량근로시간제나 탄력근로시간제 등 여러 제도 도입을 검토하거나 소속 노동팀을 중심으로 로펌 전체를 대상으로 단축근무 모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며 법 시행 이후 발생할 문제를 점검하는 곳도 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로펌 관계자는 "파트너 회의 등을 거듭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저쪽은 어떻게 하는지 로펌들끼리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걸 보면 대다수의 대형로펌들이 마찬가지 사정일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도 "내부에서 꾸준히 논의를 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우스갯 소리로 모든 어쏘변호사들에게 지분 0.0001%를 줘 전부 지분파트너화(化)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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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변호사는 "변호사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가 근로시간 단축 대상인지도 문제"라며 "어쏘변호사는 대법원이 이미 지난 2012년 12월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2012다77006)을 내려 적용대상으로 볼 여지가 많지만, 지분을 갖지 않고 월급을 받지만 중간 관리책임자에 해당하는 이른바 '워킹 파트너'까지도 근로시간 단축 대상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주문 사항을 쏟아내는 클라이언트들의 변화를 바라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현재의 체계를 그냥 유지하면 법률적 리스크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손 놓고 있기도 그렇고 답이 안 나온다"며 "업무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운전기사 문제 등 예상치 못한 이슈도 속출= 전격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서 예상치 못한 돌발 이슈들도 터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운전기사 문제이다. 통상 로펌 대표변호사나 지분파트너 등에게는 전용 차량과 함께 운전기사가 제공된다. 그런데 운전기사의 경우 변호사들이 고객과 저녁 회식이나 접대를 마칠 때까지 밤 늦게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몇일만 일해도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사례가 많다. 이때문에 상당수 로펌들은 최근 운전기사 용역계약을 모두 해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로펌 대표변호사는 "개정 근로기준법에 대한 대응책으로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운전기사를 계속 고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결론이 났다"며 "클라이언트 등과의 저녁자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때마다 운전기사가 대기를 하면 법 위반을 피할 수 없어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표변호사도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나누자는 좋은 취지의 법 시행 이면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등장하는 셈"이라며 "앞으로는 소속 변호사들에게 택시 등을 이용하게 하거나 오전 또는 오후로 나눠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일을 모두 처리하려다 보면 변호사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위에서는 계속해서 성과를 가져오라고 독촉하지만 어쏘변호사들에게 초과근무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특정 어쏘들과만 함께 일을 하거나 그냥 혼자서 밤을 새며 일을 처리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다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져 변호사들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구성원 간 이해관계 조율 여부도 변수다. 한 변호사는 "로펌은 오너급·시니어급·고문급 변호사 뿐만 아니라 어쏘변호사와 외국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 그룹은 물론 사무직 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복합체"라며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이해관계가 상반될 수 있는데 이 같은 문제를 과감하게 해결할 리더십이나 오너십이 약한 로펌일수록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호한 규정에 뒷북 가이드라인=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을 목전에 둔 11일에서야 기존 판례와 관련 법령을 토대로 '근로시간 해당 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라는 뒷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내용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많은데다 로펌 문화나 업무방식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로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최근 노동현장을 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을 대폭 증원해 근로시간 관련 집중 점검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혀 로펌들은 이중고를 맞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법이 적용되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시행은 코 앞으로 다가와 답답한 마음뿐"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이후 지금까지 손 놓고 있다가 시행을 목전에 두고서야 애매한 가이드라인만 던져놨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 시행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해 유연한 법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연·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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