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서 금융사의 입지가 강해지면서 수수료(이른바 ‘뽀찌’)를 과도하게 받는 등 소위 갑질 행태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러한 업계 행보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왔다. 일부 언론을 통해 금융기관이 시행사의 사업장 지분을 요구하거나 별도의 수수료·자문료 등을 받는 등 여러 갑질 사례가 보도됐는데, 과도한 수수료 부분에 대해 법원이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재판장 한정석 부장판사)는 10월 26일 A 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영민 김슬아, 송주은, 장민수 변호사)가 전북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등 청구의 소(2022가합527284)에서 “전북은행은 A 사에 4억3156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위임업무 처리의 경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전북은행이 투입한 노력의 정도나 지출한 비용, 업무 수행 기간 등에 비춰 보면 전북은행이 각 수수료 약정에 따라 위임의 대가로 지급받은 수수료 14억3856만 원(PF 수수료 8억 원 + 중도금 수수료 6억3856만 원)은 전북은행의 업무 수행 결과 사업이 추진됐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북은행이 수행한 일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하다”며 “수수료 액수는 PF 수수료와 중도금 수수료 각 약정상 수수료의 70%로 감액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대리한 김슬아 변호사는 “은행이 이자 관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실체가 없는 수수료를 차주로부터 무제한 취득하는 이른바 ‘은행 갑질’ 관행에 관해 법원이 엄중한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이러한 ‘은행 갑질’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이 피해자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