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걸려 만든 식초 집에서 판매…대법 "영업등록 불필요"
집에서 식품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돈을 받고 팔더라도 영업등록 의무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사기·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3도8730).
A 씨는 집에서 7년간 숙성·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식초를 제조했다. 이후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변비 증세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며 2020년 5월 지인에게 식초 7병을 1240만 원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식품을 제조하거나 가공해 판매하려 할 경우 영업등록 의무가 있음에도 지키지 않다며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쟁점은 A 씨에게 영업등록 의무가 있는지 여부였다.
A 씨는 "유통업체에 판매한 것이 아니고 집에 방문한 소비자에게 바로 팔았으므로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이란 식품을 업소에서 제조·가공한 뒤 직접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영업등록 의무는 없고 관할 관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1,2심은 A 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식품위생법령은 통·병조림 식품 등을 제외한 모든 식품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대상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식품의 제조 기간의 장단에 따라 이를 달리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A 씨의 식품 제조 기간이 7년 정도에 이르더라도 즉석판매제조·가공업 대상 식품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은 기성 상품을 판매 장소에서 소비자에게 덜어서 판매하는 경우도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인정 범위에서 식초 등 일부 식품은 제외한다.
대법원은 그러나 A 씨가 제조한 식초는 자신이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것이므로 이 규정 역시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A 씨에게 적용된 사기 등 나머지 혐의는 대법원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영업등록이 요구되는 식품제조·가공업과 구별해 영업신고가 요구되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의 개념과 요건 및 그 대상식품 등에 관해 최초로 설시해 이를 보다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