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상태로 타워크레인 조종했으나 음주운전 혐의 무죄…"타워크레인 조종, 도로교통법상 '운전' 아냐"
만취상태로 공사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을 조종한 기사를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타워크레인에는 자동차와 달리 장소를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 없으므로 타워크레인 조종이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 임정엽 부장판사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2023고단5129).
A 씨는 지난해 8월 30일 오전 경기도의 한 공사현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75%의 상태로 2시간 반 동안 타워크레인을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타워크레인이 도로교통법상 음주 상태에서 운전이 금지된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에 해당하고 A 씨가 타워크레인을 조종한 행위는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하므로 음주운전에 의해 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2022년 음주운전으로 이미 실형을 살아 다시 음주운전이 인정된다면 형이 무거워진다. A 씨처럼 혈중알코올농도가 0.2%이상이라면 2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재판부는 A 씨가 타워크레인을 조종한 것이 도로교통법상 '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타워크레인에는 공사현장에 고정된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상하좌우로 이동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으나, '장소 이동 기능(발진기능)'이 없다"고 짚었다. 이어 "공사현장은 도로교통법이 규정하는 '도로' 또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 씨가 음주상태에서 타워크레인을 조종했다고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이 규정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가 발생한다거나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해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도로교통법은 자동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운전'이라고 규정하는데, 자동차를 '그 본래의 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단지 엔진을 시동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른바 발진조작의 완료를 요한다"며 "A 씨가 타워크레인을 조종했더라도 발진기능을 갖고 있는 타워크레인을 '운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술에 취해 건설기계를 운전해 건설기계관리법을 위반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일으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과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주취상태에서 타워크레인을 조종함으로써 자신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홍윤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