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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 주택단지인데 같은 단지로 묶여 관리된 아파트…"입주자 과반수 동의 안 받아도 공동 관리규약 해지 가능"

작성일 : 2024.06.03 조회수 : 246
"아파트 관리규약, 입주자 규율 목적보다 관리 편의 위한 협력 성격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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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다른 사업계획과 건물 유형으로 건립된 별개의 아파트들이 서로 인접하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단지로 묶여 공동 관리되다가 한 아파트에서 별도의 입주자 대표회의를 만들고 공동 관리 규약을 해지할 경우, 입주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행정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장 양상윤 부장판사)는 4월 12일 압구정 한양아파트의 입주자 대표 A 씨가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입주자대표회의의 구성 및 관리규약 개정 신고 반려처분의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2023구합55122).


압구정 한양아파트 1단지는 1차 아파트 10개 동 936세대와 2차 아파트 5개 동 296세대로 구성돼 있다. 1·2차 아파트는 하나의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고 공동 관리규약을 정해 관리돼 왔다. 그러나 2022년 8월 2차 아파트 입주자들은 별도로 2차 아파트만의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하고 원고(A 씨)를 2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선출했다. 그 다음달에는 1차 아파트와 독립해 2차 아파트를 관리한다는 내용의 관리규약 제정안을 의결했다.


A 씨는 2022년 10월 강남구청에 2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및 관리규약 제정안을 신고했으나 반려당했다. 1·2차 아파트가 기존에 정한 공동 관리규약을 해지하려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단지별로 입주자 등 과반수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며 이미 1단지는 1차와 2차 모두를 포괄하는 관리규약 및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처분에 불복한 A 씨는 소송을 냈다.


A 씨는 재판에서 "별개의 주택단지인 1차와 2차 아파트가 하나의 단지로 묶여 공동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1단지 아파트의 관리규약은 공동 관리 기간이나 해제 및 해지 사유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 이런 경우 일방 단지 입주자 등의 의사 또는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공동 관리를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2차 아파트 입주자들의 의사를 모아 1차 아파트에 공동 관리 해지를 통보한 결과 1·2차 아파트의 공동관리가 해지됐음에도 강남구청이 반려 처분을 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먼저 1·2차 아파트가 서로 인접한 별개의 주택단지라고 판단했다. 두 아파트가 주소지상 각각 다른 지번에 건립돼 있을 뿐 아니라 하나의 사업계획에 따라 건설되지도 않았고 아파트 사용승인일과 건물 유형, 대지권 등기 시점도 모두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또 두 아파트가 승강기유지비, 장기수선충당금, 예비비, 관리비적립금 등을 별도로 구분해 관리해온 점 등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 제2항에 따라 단지별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두 아파트 사이의 공동 관리는 2차 아파트 입주자 과반수의 의결과 해지 통보에 의해 종료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1차 아파트의 입주자 수는 900명에 이르는 반면 2차 아파트 입주자는 200여 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아파트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확보해야만 공동 관리를 해지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1차 아파트 입주자들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사실상 영구적으로 공동 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데, 이럴 경우 2차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가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관리규약이 자치규약으로서 단체법적 성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공동관리 그 자체는 입주자들을 규율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관리의 효율 내지 편의를 위해 주택단지 간 이루어지는 협력의 성격이 강하다"며 "특히 ‘해제나 해지’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한이나 해지사유의 정함이 없는 공동관리의 경우 일방의 공동주택단지 입주자들의 의사에 따라 이를 해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주택관리 현실에 더 부합하다"고 판시했다.

 

홍윤지 기자
 
2024-06-0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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