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를 통해 본 조정의 장점
행정은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영역이므로 행정사건은 조정제도와 친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공공갈등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행정의 역할이 요구되는 현실과 실질적 법치주의 관점에서 공익에 반하지 않는 한 상호양보를 토대로 한 조정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2017년 행정심판법에 조정제도가 도입되어 2018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행정심판은 국민의 권익구제와 함께 자율적 행정통제 기능을 수행하므로 권력분립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점에서 조정을 통한 분쟁 해결이 소송보다 쉽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이루어진 행정심판에서의 조정 사례를 살펴보자.
대기배출시설 미가동으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10일의 조업정지처분을 받은 A사는 작업자의 단순 실수로 빚어진 사건이므로 선처를 호소하였다. 법위반 사실이 발생한 것이 분명한 이 사건은 조업시설 작동 여부를 쉽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설을 보강하고, 전문기관을 통한 직원 교육, 관리 업체를 통한 유지관리 의무화 등을 포함하는 환경관리 재발방지계획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하고, 5일간의 조업정지처분으로 변경하는 조정으로 종결되었다. 이 사건은 조정을 통하여 행정청의 처분이 위법·부당한지 여부에 대한 일회적 판단에 그치지 않고 향후 재발 방지로까지 나아가 문제의 근원을 해결한 좋은 선례로 남았다.
건설공사 감리업체인 B사와 이 회사의 대표이자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인 C는 건축공사에 대한 품질시험계획 미수립을 이유로 건설기술 진흥법에 따라 벌점 3점씩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품질시험계획서는 제출된 것으로 확인되어 처분이 위법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심판청구를 법인인 B사 명의로만 하면서, 청구취지는 B사와 C에게 부과된 벌점 모두의 취소를 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B사가 C에 대한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고, 청구인 표시정정 대상도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동일한 처분에 대한 당사자의 권익구제를 위하여 B사와 C에게 부과한 벌점을 각 취소하는 조정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한편, 소송에서는 행정소송법상 명시적 규정 없이 실무적으로 ‘조정권고’가 재판장의 소송지휘 차원에서 행해지고 있다. 행정심판에서 조정이 성립한 경우 재결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반면, 행정소송에서의 이러한 조정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현재 행정소송법의 개정은 답보 상태이며, 작년 8월 제정된 행정소송규칙에서 실무상 행해지고 있는 조정의 명문화가 이루어진 정도이다.
조정제도는 합리적이고 탄력적인 행정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행정소송법의 개정을 통하여 소송에서도 조정제도의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되고, 행정심판에서도 조정이 공공갈등을 해소하는 적극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