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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엔 법률산업의 대혁명 일어날 것

작성일 : 2023.12.05 조회수 : 274
법정에서 PT 등 새로운 재판 잇따라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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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법정 모습은 수십 년 전부터 굳어졌다.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수차례 공판을 거듭하며 추후 선고가 내려지는 흐름은 일반적인 법원의 풍경이다.


하지만 AI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AI는 이른바 ‘법률 산업의 대혁명이 될 것’이란 평가가 있다. 새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새로운 재판 방식을 찾는 노력이 법원 안팎에서 꿈틀대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다양한 법관들, 새로운 재판의 모습은?

일부 판사들은 일찍이 ‘회복적 사법’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회복적 사법은 형벌보다는 재발 방지와 치료, 피고인과 피해자 간 화해를 중시하는 개념이다.


단순히 피고인이 반성문을 작성하는 것을 넘어 영화감상, 심리검사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지시한다.


대전고법(당시 재판장 정재오 고법판사)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 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부모와 함께 전문적인 심리검사를 받도록 한 뒤 각자의 역할과 서로의 관계를 짚어보도록 했다. 그 과정을 글로 적어 법원에 제출케 했다. 또 영화 감상이나 독서를 하면서 감상이나 생각, 내면이나 신체의 변화 등에 관하여 글로 적어 법원에 내도록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공허하게 말로만, 글로만 반성하고 준법을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지를 조금씩 실제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시했다.


과거 법원은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통해 음주운전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피고인이 계도되는 결과를 낳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 12월 서울고법(당시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은 음주운전 피고인을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으로 석방했다. 약 3개월간 금주하면서 절제력과 책임감을 키워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양형에 반영하겠다면서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단순히 죄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에 복귀한 뒤에도 피고인이 범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도록 치유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프로그램을 수행한 피고인은 매일 인터넷 카페에 일상을 기록하고 매일 밤 10시 집에서 시간을 인증하는 동영상과 함께 술을 마시지 않은 영상을 올렸다. 결과를 본 법원은 그를 석방했다. 해당 피고인 외 다른 피고인도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이행했다.



새로운 변론 방법을 택하는 변호사

공판중심주의가 도입된 이후 법정 풍경도 많이 변화했다. 이제 검사가 법정에서 프레젠테이션(PT)를 하는 모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4시간 분량의 PT가 등장했다.


변호사들의 법관 설득 과정은 더 치열하다.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영장 기각을 위해, 당사자의 승소를 위해 ‘검증’을 법대 앞으로 가져오고 있다.


특허 사건의 경우, 변론에서 대리인이 실제 제품을 법정에 지참해 재판부에 제품을 보여주고 시연하면서 특허권 등을 주장한다. 한 IP 전문 변호사는 “특허 사건의 경우 서면이나 동영상 등으로 증거를 제출하는 것보다 직접 법정에서 시연했을 때 재판부의 이해를 쉽게 도울 수 있었다”며 “최근 많아지고 있는 부정경쟁방지법 관련 사건이나 상표법 관련 사건에서도 재판부에 실제 제품이나 상품을 설명했을 때 이해도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시연할 수 있는 제품에 제한이 있다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 피해자가 레깅스를 입고 있다가 폭행을 당한 사안에서 누군가가 고의로 레깅스를 벗기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해 직접 마네킹 다리를 법정에 들고 와서 시연한 경우도 있다. 이은의(49·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는 전신 마네킹을 법정에 반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마네킹 다리를 사무실 인턴과 직접 톱으로 잘라 법정에 반입해 변론했다.


영상을 변론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사례도 있다. 김민후(37·변시 5회)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자신이 맡던 환자의 흉기 난동에 사망한 고(故) 임세원 교수가 사건 당시 범인의 주의를 끌어 간호사 등 주변 사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움직였음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병원 내부 동선을 영상으로 찍어 증거로 제출했다. 그 결과 임 교수는 의사자로 인정받았다.



미래의 법정은

AI의 등장, 영상재판의 활성화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래 법정에 대한 청사진도 다양하다. 하지만 여러 법조인은 통신 기술 등의 발달을 토대로 ‘검증’이 법정으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부장판사는 “지금은 법원에서 행하는 검증에 대한 보수 등의 미비로 검증에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1인당 1만 원 안팎의 예산이 지원되는 꼴이어서 오히려 검증에 나가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증을 함으로써 사건의 방향이 달리 잡히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검증이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 등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훈(49·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LKB 변호사는 “영국은 ‘회복적사법 지원센터’를 전국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도 이런 센터를 법원 또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며 “법관들이 공장에서 빵을 찍어내듯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발상을 조금만 더 바꾼다면 피고인의 교화와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부장판사는 “재판의 본질은 ‘신속성’과 ‘공정성’, ‘정확성’”이라며 “그 본질을 지키는 데 가장 적합하기에 현재의 방식이 유지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실험적인 재판의 형태는 필요한 때 조금씩 시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박수연·한수현·홍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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