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일성은 “재판지연 해결”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대법원장이 취임한 가운데, 법원장 후보 추천제 존속 여부와 사무분담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와 관련한 개혁이 어떻게 추진될지 관심이 쏠린다. 두 제도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민주적 개혁 작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일선 법관들은 “법관 투표를 통한 법원장 선발로 인기 투표로 전락했다. 사무분담위원회를 앞세워 법원장이 사법행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재판 지연이 가속화됐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법관 인사는 판사들의 뜨거운 관심사인 만큼, 당장 내년 정기 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존속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 판사는 “논란이 있는 제도이긴 하지만, 일부 수석부장판사의 경우 열심히 임하며 선후배의 신망이 두터운 경우도 있어서 주변에서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대법원에서 취임식을 열고 3년 6개월가량의 임기를 시작했다. 임명동의안이 90.4% 찬성률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그가 추진하는 개혁에 힘이 쏠릴 것이란 반응이다.
6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만큼 조 대법원장은 속도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8일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가장 먼저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안철상(66·사법연수원 15기)·민유숙(58·18기) 대법관의 후임자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1번 화두는 ‘재판 지연 해결’
조 대법원장이 법원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던 만큼 최종 목표는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이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구체적인 절차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재판 제도와 법원 인력의 확충과 같은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찾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청문회에서 장기미제 특별 집중 관리 계획의 일환으로 법원장에게 최우선적으로 장기미제 사건을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선 사법행정을 담당해야 할 법원장이 장기미제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또 페이퍼워크가 수반되어야 하는 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라는 얘기가 많다.
‘재판 투명성’·‘공정한 인사’도
조 대법원장은 이외에도 △사법 정보 공개 범위를 넓혀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형편, 장애 여부에 관계 없이 누구나 사법제도에 접근하고 절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며 △전자소송과 지능형 사법시스템 구축 등 미래를 향한 준비와 더불어 △업무 환경 변화를 살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인사 운영 제도를 마련하고 △법관 증원과 함께 사법보좌관, 참여관 등 법원 공무원의 전문성과 역할 강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취임사 행간의 의미를 살핀다면 앞으로 무엇을 시행할지 알 수 있다”며 “재판과 사법정보의 공개 범위 확장 역시 일반 미사여구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법관에 대한 공적 정보 공개, 사건 처리 정보 공개, 재판중계나 방송 등에 대한 의지까지 함의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인사공정’ 표현 또한 그동안 ‘김명수 코트’에서 불거졌던 인사 불공정 문제를 애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앞으로의 사법 개혁 실현을 위해서는 행정처의 법관 인력 증대가 필수”라고 말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이른바 ‘3-3-3-0(판사들이 3주간 3 건씩 선고하고, 1 주는 쉬는 것)’ 기준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실제로 판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사건 처리 건수가 얼마인지, 이를 넘어서는 것에 관해 법관증원 계획은 어떠해야 할지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무분담 변경 시 판사들이 바로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실무편람, 실무제요 등이기 때문에 그 현황도 점검할 필요가 있고, 열심히 일하는 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