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업무와 장기 미제사건, 법원장이 병행 검토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15일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재판 지연 타개책의 일환으로 장기 미제 사건을 법원장들이 맡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을 포함한 전국 37개 고등·지방법원장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법원장들은 장기미제 사건은 사법신뢰 저하의 주요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법원장 회의를 필두로, ‘조희대 코트’의 사법개혁이 본격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5일과 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장에게 장기 미제 사건을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법원장이 실제로 장기 미제 사건 재판을 맡는다기보다 사법행정을 통해 장기 미제를 해소하는 데 역할을 부여하겠냐는 뜻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관련기사 3면>
그러나 법률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날 법원장들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 방안’ 토론 과정에서 법원장이 사법행정업무뿐 아니라 재판 업무를 담당하면서 일부 장기 미제사건을 직접 처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각 재판부의 장기 미제사건을 법원장이 담당하는 재판부에 재배당하는 방식이 논의됐다.
구체적으로는 △법원장이 합의부 재판장이 되어 비(非) 재판 보직 또는 장기 미제 중점 처리 법관, 해당 사건을 담당하던 재판부 재판장과 재판부를 꾸려 처리하거나 △법원장이 로클럭의 도움을 받아 단독재판부의 재판장으로서 장기 미제 사건을 처리하는 방안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장 회의에서는 법원장이 재판 업무를 겸임하는 외국의 사례도 다수 소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경우 연방 항소·지방법원에서 법원장이 사법행정 업무뿐 아니라 일반 법관의 50% 정도의 재판 업무를 담당하며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의 주 법원에서도 법원장이 재판 업무를 겸임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 독일은 큰 지방법원의 경우 일반 법관의 10% 정도의 사건만 배당받기는 하지만 법원장이 사법행정 업무 외에 재판도 하는 것이 원칙이고, 프랑스도 대규모 지방법원장은 행정사무만 전담하기는 하지만, 법원장이 사법행정 외에 재판도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장기 미제 중점처리법관’을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앞서 법원은 2023년 8월 기업 전담 4개 재판부에 법조 경력 10년 이상의 ‘장기 미제 중점처리법관’을 배치, 운영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