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438일 만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국회 통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참사 발생 438일 만에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9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재적의원 298명 가운데 투표 177명, 찬성 177명으로 가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의 단독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4당 소속 의원과 무소속 의원 총 183명이 발의안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6월 30일 야4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같은 해 11월 29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그간 여야는 특별법 내용 중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여당은 특별법에 대해 이미 참사에 대한 경찰과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고,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조위 구성과 특검 요구 조항에 반대했다. 반면 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며 명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독립적인 특조위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섰다.
특히 여당은 특조위 구성 편파성을 문제 삼았다. 당초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추천위 추천에 따라 특조위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한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국회의장이 1명, 국민의힘이 4명, 민주당이 4명, 유가족 단체가 2명의 특조위원을 각각 추천하게 돼 있어 실질적으로 야당에 편중됐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유가족 단체를 야당으로 볼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 밖에도 여당은 특조위가 진상규명에 필요한 자료 또는 물건을 갖고 있는 개인이나 기관 등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당했을 때 관할 검찰청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징계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공무원에 대해 특조위 의결로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에 대해 "과도한 권한"이라며 반대해 왔다.
여야 입장 차이가 평행선을 달리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해 12월 21일 특조위 구성을 전제로 특별검사(특검) 요구 조항을 삭제하는 한편,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시행 시기를 4월 총선 이후로 미루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에 여야는 9일 본회의 직전까지 의장 중재안을 두고 협상에 나섰지만, 특조위 구성과 권한 등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결국 야당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166명의 의원 명의로 의장 중재안을 일부 반영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수정안을 제안해 통과시켰다. 이날 수정안 제안 설명에 나선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수정안을 제출하게 됐음을 이해해 달라"며 "원안에서 후퇴한 수정안을 제출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 유가족들의 의견을 100% 반영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수정안에 따르면, 원안과 달리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청 조항이 삭제되고, 특별법 시행일도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에서 오는 4월 10일로 조정됐다. 특조위 구성은 특조위원 11명으로 하되,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3명의 위원을 추천하도록 변경됐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기존대로 4명의 특조위원을 추천한다. 상임위원 구성은 국회의장이 1명, 국민의힘이 1명, 민주당이 1명을 추천하도록 변경됐다. 또한 특별법상 유가족 범위는 희생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로 규정됐다. 유가족 외 피해자는 10·29이태원참사피해구제심의위원회 심의·의결에 따라 참사 피해를 입었다고 인정받은 사람에 한하도록 했다. 1년 이내로 규정된 특조위 활동기간의 연장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 이내로 단축됐다. 특조위의 영장청구 요건도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거부할 때'로 강화됐고, 활동기간 동안 이태원 참사 관련 범죄행위의 공소시효를 정지하도록 한 조항도 삭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