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최고의 엘리트 판사가 가는 자리다. ‘대법관보다 수석재판연구관이 더 중요하다’(이용훈 전 대법원장)는 말까지 있었고 한때 ‘대법관 등용문’으로 통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10년간 수석재판연구관이 대법관으로 임명된 사례가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홍승면(60·사법연수원 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사직 소식에 법원 내부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대법관 후보 검증에 동의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직을 택했다. 역대 수석재판연구관 19명 중 7명(36.8%)이 대법관을 지냈다. 3명 중 1명 꼴이다. 고(故) 손지열(사시 9회), 박재윤(76·사시 9회), 김용담(77·사법연수원 1기), 박일환(73·5기), 김능환(73·7기), 김용덕(67·12기), 권순일(65·14기) 등이다. 문제는 2014년을 마지막으로 대법관이 된 이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불거졌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 이후 ‘차기 대법관 0순위’로 꼽혔던 수석재판연구관 출신 판사들이 줄줄이 법원을 떠났다. 송우철(62·16기), 한승(61·17기), 유해용(58·19기), 김현석(58·20기) 변호사는 일찍이 사직했다. 홍승면 전 부장판사까지 합하면 5명이 법원을 떠났다. 마용주(55·23기), 오영준(55·2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현재 수석재판연구관인 황진구(54·24기) 부장판사만 재직중이다. 이중 마용주, 오영준 부장판사는 올해 1월 1일 퇴임한 안철상, 민유숙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천거돼 검증을 받고 있다. 낙점여부는 미지수다.
수석재판연구관이 수차례 연속으로 대법관 임명에서 제외된 배경을 놓고 법조계에선 “대법관직이 ‘최고의 법관’이 가는 자리에서 정치와 지역, 성별 등 이해관계가 반영돼 제청과 임명이 좌우되는 자리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