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전면 공개 영미법계 국가… 미확정 판결문도 공개
판례가 공식적인 법원(法源)이 되는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 또한 원칙적으로 판결문을 전부 공개하고 있다. 법조에선 양측 당사자의 주장 등을 명확하게 파악해 법원의 판결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전면 공개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 신 년 기 획 ]
판결문 전면 공개를 향하여
① 왜 전면 공개인가
② 암호문같은 비실명 판결문
③ 선진국은 어떻게 하나
④ 공개 실질화 방안과 대책
미확정 판결문도 24시간 이내 공개…임의어 검색도
미국 주 법원의 경우,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판결문을 전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확정 판결문도 선고 이후 24시간 이내에 공개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판결문을 공공문서로 분류해 소수민족, 특정 유형의 범죄 피해자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판결문을 전부 공개하는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법원 관련 문서가 대부분 공개돼 공공기관 혹은 유료 검색 시스템으로 찾을 수 있다.
미국 일부 법원에서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으며, 정부가 운영하는 유료 시스템인 페이서(PACER : Public Access to Court Electronic Records, www.pacer.gov)를 이용하면 법원명, 당사자 이름, 일자 별로 사건에 대해 검색할 수 있다.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등에선 임의어 검색도 가능하다. 특히 사설 유료 검색서비스 사이트인 웨스트로(Westlaw)와 렉시스넥시스(LexisNexis)를 통해 연방법원과 주 법원의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다.
캐나다에선 대법원 홈페이지 등에 선고된 판결을 원칙적으로 전면 공개하고 있다. 영국은 대법원 판결은 전면공개하되 하급심 판결은 선별적으로 공개한다. 캐나다와 영국에서는 각각 임의어 검색도 가능하다.
중국도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하급심 판결문을 공개한다. 일반인도 쉽게 검색·열람할 수 있다.
반면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선례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중요 판결 위주로 공개하고 있다.
2023년부터 우리 법원은 2023년 1월 1일 이후 선고되는 민사(행정·특허 포함) 사건의 미확정 판결문도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밖의 형사 미확정 판결문과 민사·행정·특허 사건의 소액사건 판결문 등은 검색·열람 대상에서 제외된다.
멕시코, 체코 등 해외 변호사들도 공개 필요성 ‘공감’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법률신문 로이터(Lawyter) 또한 판결문 공개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 체코에선 한국보다 판결문 공개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리걸테크 분야 발전은 미미한 수준이다.
체코 법률회사인 킨스텔라에서 활동하는 박미영 로이터는 판결문 전면 공개 기조를 유지하되, 예외를 두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체코 현지 상황에 대해 “대법원, 최고행정법원,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모두 공개되고 구체적 사건의 경우도 개별적으로 열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로이터는 “체코처럼 상급 법원(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전면공개하고, 하급 법원(지방법원, 고등법원) 판결은 판결의 성숙도가 낮기 때문에 선별적, 단계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다만 형사사건의 경우는 모방범죄 등 악영향을 줄 수도 있고, 공개가 가져오는 효과도 미미해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의 경우 한국보다 판결문 공개 범위가 광범위하다. 하지만 인구가 1000만 명으로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 소수의 리걸테크 관련 서비스업체만 이를 활용하는 수준이다.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남상만 로이터도 개인 정보를 제외한 판결문과 소송 기록은 공개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그는 “멕시코는 개인 정보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다 공개한다”며 “자료의 검색 및 열람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멕시코의 경우 재판 기간이 워낙 길고 관료주의적이기 때문에, 재판으로 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 크다”며 “불필요한 재판을 막기 위해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멕시코 리걸테크 상황과 관련해선 아직 ‘리걸테크’라는 용어가 생소한 편에 속한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변호사들도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장우진 법무법인 세종 외국변호사(미국)는 “미국은 배심원제도에서 비롯된 시스템상 공개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판결에 대한 흐름을 제대로 알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일이고 그걸 향유하는 건 국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한수현 기자 shhan@lawtimes.co.kr
이용경 기자 yklee@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