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출신 교수님 모십니다”
서울의 한 로스쿨 원장은 "최근 정년퇴임으로 공석이 된 교수 자리에 실무 경험이 많은 법조인을 채용하고 싶지만 연봉 문제로 쉽지 않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대학 교수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지만 법조인의 경우는 그 반대다.
판사, 검사 출신을 교수로 채용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게 로스쿨 관계자들이 푸념이다.
이같은 어려움은 매년 누적되는 로스쿨 재정 적자로 인해 교수 인건비마저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로스쿨은 전임교원 대 학생 비율이 '1대 12 이하'이어야 하며 전임교원도 최소 20명 이상 둬야 한다.
한 학년 정원이 40명에 불과한 건국대와 서강대, 제주대, 강원대 등 4개 로스쿨의 경우 전임교원 대 학생 비율이 평균 '1대 5'로 등록금 수입만으로는 교수 월급을 주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다른 로스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로스쿨 관계자는 "로스쿨 재정 적자는 고비용 구조로 설계된 로스쿨 설치 인가 기준과 수년째 동결된 등록금,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전무한 점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등록금의 30%를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나면 교수 월급을 주기도 부족하기에 로스쿨을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로스쿨 원장은 "올해 변호사시험에 처음 도입된 컴퓨터 작성 방식(CBT·Computer Based Test)으로 인해 강의실을 개조해 고사장으로 만드는데 수억원이 들었지만 사립대라 국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변호사시험 고사장 설치비용까지 로스쿨에 전가하면서 부담이 상당하다. 대학본부에서도 '돈 먹는 하마'인 로스쿨에 지원을 꺼려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로스쿨 측은 우수한 실무교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겸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변호사법 38조는 변호사는 보수를 받는 공무원을 겸할 수 없고, 국가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등에서는 전임교수 이상의 영리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한 로스쿨 교수는 "법조인 출신이 대학교수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은 일종의 '열정페이'(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주지 않으면서 열정만을 요구한다는 뜻)"라며 "강의와 행정업무, 논문작성 등 많은 업무량에 비해 적은 월급을 받아보면 몇년 버티지 못하고 번아웃(Burnout)이 와서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는 이유는 경제적 문제 때문"이라며 "학문과 교육에 뜻이 있더라도 배우자의 동의가 없다면 법원보다 더 낮은 연봉을 주는 학교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실무가 출신 교수들의 변호사 겸직을 허용해 일정 부분 수입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며 "로스쿨 교수들이 송무 활동에 참여한다면 의뢰인의 사적인 이익보다는 사회 정의라는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변호사 출신 로스쿨 교수는 "실무교수들의 송무경험을 단절시키는 것은 로스쿨로서도 커다란 손해"라며 "학생을 가르키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송무경험을 계속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로스쿨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