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규제법안’, 美 ‘활용 지침’… 韓 AI법안은 국회서 낮잠
전 세계가 빠르게 발전하는 AI 규율 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유럽연합, 미국을 중심으로 관련 법과 규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방점이 찍힌 곳이 다르다. 신기술 규제쪽인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규제 법안을 승인한 반면 OpenAI 등 주요 선도 기업이 속한 미국은 변호사회를 중심으로 활용 지침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20년 이후 총 13개의 AI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럽의회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고 AI 기술에 대한 포괄적 내용을 담은 AI 규제법안을 가결했다. 찬성 523표, 반대 46표이다. 지난해 6월 유럽의회가 AI 규제법안 협상안을 가결한 지 9개월 만이다. 법안은 전 세계 최초로 AI를 규율하는 포괄적이고도 구속력 있는 법률로서, AI 규제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법안은 AI를 활용한 생체정보 수집·분석을 금지하고, 생성형 AI 학습에 활용된 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AI를 활용해 시민을 감시하거나 수집 데이터를 수사에 활용하는 행위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금지된다. 법안은 내년 초 발효된 이후 2026년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최근 미국 변호사회 및 단체들은 생성형 AI의 활용에 대한 지침 혹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국 변호사회 등의 지침은 기밀 정보의 처리 등 AI 활용에 있어서 윤리적 책임을 경고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지난 1월 24일 ‘인공지능과 법원에 대한 뉴저지주 대법원 위원회’는 ‘변호사를 위한 AI 예비 지침’을 냈다. 위원회는 “AI와 다른 기술이 통합되는 현상을 볼 때, 앞으로 AI의 사용은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변호사는 AI 프로그램에 미공개 고객 정보를 입력할 때, AI의 보안을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지난 1월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변호사회는 ‘윤리 지침 24-1’을 발표했다. 지침에서 ‘전문가 윤리 검토 위원회의 이사회’는 “변호사는 기밀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며 데이터의 보존과 공유에 관한 과정을 파악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회의 전문적 책임 및 행동에 관한 위원회’는 생성형 AI의 사용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지침에서 AI로 생성된 모든 결과물을 법원에 제출하기 전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변호사가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AI에 기밀 정보를 입력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인공지능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한 ‘인공지능책임법안’ 등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이지만 AI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규범은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