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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분쟁은 늘고 있는데… ‘유언증서보관法’ 폐기 위기

작성일 : 2024.03.25 조회수 : 216
지난해 발의된 법안
21대 국회 문턱 못 넘을듯

日은 ‘유언장보관제’ 시행 후
상속분쟁 2년새 38% 줄어
가족 간 상속 분쟁을 방지할 대안으로 ‘유언장 쓰기’가 주목받으면서 법원 등 공공기관에서 유언장을 보관해주는 ‘유언 공적보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못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유언법제 개선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언장 공적 보관제도’ 도입 법안 지난해 9월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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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법률신문 취재에 따르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한 ‘유언증서 보관 등에 관한 법률안’은 같은 해 10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6개월째 계류 중이다. 제21대 국회가 폐원하는 5월 29일까지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이 심의를 거쳐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률안은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에 유언보관소를 두고 유언의 위조와 변조, 분실과 훼손을 방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유언자는 유언보관소가 설치된 곳을 관리하는 ‘유언보관관’에게 유언증서의 보관과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 유언자가 사망할 경우 보관관은 지체 없이 관련 상속인에게 유언증서의 보관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또 유언자가 사망한 날로부터 상속에 관한 분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기간이 지난 후에는 유언증서를 폐기할 수 있다. 이 같은 처분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관할 법원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유언장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 유언장 작성이 보편화될 수 있다. 유언장 쓰기는 상속 분쟁을 줄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속 분쟁은 상속자가 사망 전 재산에 대해 ‘남긴 말’이 없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유언을 미리 남겨두면 피상속자 간 싸움을 벌일 일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유언자가 자필로 쓴 유언을 공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다보니 국내 유언제도는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언법제개선 변호사모임 부회장인 이양원(65·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유언자가 유언서를 장롱 속에 넣어두거나 수증자 또는 유언집행자에게 맡기는 것이 보통인데 이 때문에 자필증서 유언의 멸실, 훼손, 위조, 변조의 우려, 작성과 내용의 진정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돼 오히려 유언장의 존재가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며 “누구나 간편하게 유언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언장의 공적 보관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3만5000원만 내면 국가가 유언장 안전하게 보관
 
상속 분쟁은 해마다 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처분’ 접수 건수는 2014년 771건에서 2022년 277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 접수 건수도 2012년 590건에서 2022년 1872건으로 10년간 3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가치 상승, 비혼 및 고령 1인 가족 증가로 친족 등 상속인이 없는 사망이 늘어난 것이 상속 분쟁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본은 2018년 ‘법무국의 유언서 보관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2020년 7월부터 자필 유언장 공적 보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07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 중 20% 이상)에 진입한 일본은 상속재산의 처리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유언, 특히 자필 유언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일 정부는 2019년 7월부터 자필 유언을 용이하게 하는 개정 상속법을 시행하고 이듬해 법무국(한국의 등기소에 해당)이 자필유언장 보관을 주관하는 법률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용자는 3900엔(약 3만5000원)를 지불하면 각 지역 법무국에 위치한 보관소에 유언장을 맡길 수 있다. 일본에서 유언장을 국가에 맡기는 사람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일 법무성에 따르면 법 시행 1년이 지난 2021년 6월 말까지 1년에 2만849건(2020년 7월~2021년 6월)의 보관 신청이 있었고(월 평균 1737건), 2021년 7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사이 1만5039건의 보관신청이 접수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언 공적 관리 제도 도입 후 상속 분쟁 건수는 2년 새 38.2% 줄었다.
 
홍윤지 기자
2024-03-2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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