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국세청·해양청과 비슷
“재판할 수 있는 환경 못 갖춰”
올해 사법부 예산은 2조1738억 원으로 10대 로펌(김앤장·광장·태평양·세종·율촌·화우·지평·바른·대륙아주·동인)의 지난해 총매출액(국세청 신고 기준) 3조4639억 원의 62.8%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예산과 로펌 매출액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법원 예산이 적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은 법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 직원들과 팀을 이뤄 함께 진행하는 것”이라며 “법원 직원 등을 포함한 1만5000여명으로 계산하면 법관 1인당 예산은 훨씬 더 적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부장판사는 “관사가 없는 지방법원으로 발령나면 집을 구하는 게 가장 큰 일”이라며 “일본의 경우 도쿄에 있는 법관이 오사카로 발령나도 도쿄와 오사카 두 곳의 관사를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관들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대형 로펌 수준의 월급은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재판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마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것이 법원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법원에 있을 때는 월 1000만 원을 넘게 받은 적이 없다”며 “보통 지법 부장판사급이 로펌으로 옮기면 4~5억 원 정도 연봉을 2년간 보장해 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로펌들이 돈이 많아서 연봉을 많이 주는 건 절대 아니다”며 “우수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투자가 매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부 예산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산림청 예산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재정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산림청 예산은 2조6125억 원으로 사법부 예산보다 4387억 원 더 많았다. 세출 예산 현황이 공개된 총 61개 부처 중 대법원은 22번째로 산림청(21위), 국세청(23위·1조 9512억 원), 해양경찰청(24위·1조 8966억 원)과 비슷한 실정이다. 또한 방위사업청(17조6432억 원) 예산의12.3%, 경찰청(12조9907억 원) 예산의 16.7% 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용할 수 있는 법정 수가 한정되어 있어 요일별로 나눠 재판을 진행하고, 판사실도 공간을 쪼개서 쓰고 있다”며 “법원시설만의 특수성이 있음에도 다른 행정 부처와 동일한 기준으로 예산심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