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압수물 전자정보 보관 논란… “압수수색 원칙 재정립해야”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 밖의 전자정보를 수집, 보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압수수색 범위를 통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사당국은 선별 압수에 기술적 한계가 있고, 동일성 유지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위법성 논란이 계속될 경우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법한 정보수집” vs “적법한 압수수색”
이번 위법 압수수색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촉발됐다. 앞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언론사 이모 대표가 지난해 말 자택 등을 압수수색 당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동의 없이 영장 범위 밖의 전자정보가 포함된 자신의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대검 서버에 저장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이 하위법령인 대검 예규를 통해 헌법상 영장주의나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나중에라도 피의자와 관련된 새로운 범죄에 대해 미리 증거를 확보해 놓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즉각 반박했다. 피의자와 협의한 선별 기준에 따라 선별했고 대화 전체의 해석이나 범행 동기 등의 입증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에 한정해 압수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를 선별·추출할 경우 기술적 특성상 편집본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공판 과정에서의 증거능력 다툼 소지에 대비해 사후 검증 등에 필요한 전자정보 이미지 파일 일시 보관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 등은 이번 사건을 문제삼아 전 검찰총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이원석 검찰총장,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수사2부에 배당했다.
‘전자정보 압수수색’ 판례 기준도 모호
전자정보 압수수색 위법성에 대한 공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전자정보 압수수색이 일반화 됐지만, 형사소송법상 전자정보 압수와 관련된 규정은 ‘압수 목적물이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아야 한다’는 원론적 내용뿐이다. 실무에서 생기는 쟁점은 그때 그때 대법원 판결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은 2015년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전자정보를 파일로 복제하는 건 위법이지만, 기술문제 등 예외적인 경우에 전자정보 전체를 이미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2017년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은 압수수색 범위에 대해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와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2018년 공무상비밀누설 사건에서는 영장에 기재되지는 않았지만 압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는 어디까지 해당하는지, ‘간접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추가 영장이 발부되기를 기다렸을 때 증거 인멸의 우려 등 다툼의 여지가 크다.
法, 압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추진
검찰의 압수수색 범위 확대를 우려하는 건 법원도 마찬가지다. 법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39만6671건으로 2011년 10만8992건에 비해 3.6배가 늘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도 90%에 달하는 실정이다.
앞서 신숙희 대법관은 후보자 시절 국회 서면답변에서 “최근과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 법관으로서는 압수수색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신중히 살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수사의 필요성을 조화롭게 고려할 수 있도록 법관에게 충분한 심리 수단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미 대법원은 무분별한 압수수색으로 인한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수사기관이나 사건 관계자를 불러 대면 심문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지난해 2월 입법예고했다.
수사기관도 혐의와 관련 있는 정보만 추출하려다 보니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피압수자의 휴대폰과 동일한 쌍둥이 폰을 만드는 ‘이미징’ 작업만 3~4일이 소요되고, 피압수자와 함께 관련성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작업도 1~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선별 작업을 거쳐도 증거로 쓰일 정보 외의 자료들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별건 수사 또는 피의자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영장의 필요성은 있지만 내용이 모호할 때 영장을 기각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 증거 인멸이나 수사 지연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며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수단이나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