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국제분쟁 전문' 특별법원 설립 위한 연구회 출범
상사·지식재산과 관련한 국제분쟁을 전문적으로 맡는 '아시아 특별 법원' 설립 추진을 위해 법원이 본격적인 연구모임을 시작했다.
대법원은 2일 '국제 분쟁 해결 시스템 연구회(회장 노태악 대법관)'를 발족하고 창립총회를 열었다. 초대 회장에는 노태악 대법관이 선출됐다. 전국 법원의 법관 56명이 연구회 발족에 참여했다.
노 대법관은 인사말에서 "전 세계에서 지재권 분야 분쟁 해결에 있어 한국에 와서 재판을 받고 싶어 하도록 하는 것이 연구회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회 창립 배경에는 최근 특허분쟁이 국내보다 해외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이 있었다. 2019년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전에 들어간 것도 하나의 예다. 독일·프랑스·일본·네덜란드·중국·싱가포르·두바이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앞다퉈 효율적인 국제분쟁 처리를 위해 새로운 형태 법원을 출범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에는 오랜 논의 끝에 창설된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이 창설됐다.
노 회장은 한국의 운영실무를 설명하며 전담재판부를 운영한 결과 적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건 수나 신뢰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제 상사 및 지식재산 분쟁 해결을 위한 특별법원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절차적 접근성의 강화,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의 처리와 신뢰 확보 방안으로는 △블록체인 등 IT기술을 활용한 접근성과 편의성 강화 △증거개시청구와 공개 제도 등 효율성 높은 영미법상의 절차 도입 △조정 등을 활용한 유연하고 탄력적인 절차 진행 △전문화된 외국인 법관의 비상임재판관으로서 임명 △재판의 실효성 보장을 위해 대한민국의 '외국재판에 대한 승인집행 협약'에의 신속한 가입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2년 일본은 '비즈니스 코트(Business Court)'를 개원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일본은 앞서 지식재산고등재판소 재판부 전부와 동경지방재판소의 상사·도산 및 지식재산권 사건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재판부가 새로 지은 청사로 이동하고 운영을 개시했는데, 전자화·전문성·진속성·접근성·국제성을 대폭 향상시켜 다수의 외국인 방문을 예상해 그에 대응하는 직원과 설비를 갖췄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입법 영역, 나아가 개헌 영역일 수도 있지만 한국도 국제 특별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외국 클라이언트 등의 접근이 용이하기 위해) 공항 접근성이 좋은 인천 송도 등 위치에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앞서 유사한 방향으로 출발한 일본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