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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등 강력범죄 판결서 ‘원칙·강경’ 성향

작성일 : 2023.09.12 조회수 : 291
엘박스·법률신문 이균용 후보자 판결 공동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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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이 8일 국내 유일 법률 통계분석 전문기업 엘박스(대표 이진)와 함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91년부터 올해까지 선고한 판결 1110건을 살펴본 결과, 이 후보자는 법리에 충실한 '원칙주의자'적 성향이 강했다. 기업 공정거래 사건에선 공정한 시장 질서와 기업의 경제 활동 모두 고려하는 균형감 있는 모습도 엿보였다. 엘박스에 등록된 이 후보자의 판결 1110건 중 행정(614건) 사건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형사(277건), 민사(219건) 순이었다. 이 중 대부분인 1080건이 고등법원 판결이었으며 지방법원 판결은 30건이었다. 합의부에서 한 판결은 1067건, 배석판사로 한 판결은 43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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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 양형 범위 내 판단

이 후보자는 엘박스에 등록된 형사 판결 227건에서 법리와 양형 기준에 입각해 판결하는 경향을 보였다. 살인죄 판결에서 대체로 양형 기준상 권고형 범위인 10~16년을 선고했다. 이웃 일가족을 칼로 찔러 살해한 피고인이 1심 무기징역 선고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며 엄벌에 처했다.

이 후보자의 약점 중 하나로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이 꼽힌다. 법률신문은 엘박스 프로그램으로 이 후보자가 내린 형사 판결 가운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 등을 검색해 판결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이 후보자가 성범죄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형을 무겁게 내린 판결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2021년 서울고법 형사8부 재판장 당시 지하철역의 환승구간을 걸어가던 피해 여성을 고의로 넘어뜨리고 추행해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과 행태가 비열하고 악질적"이라며 "피해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달려들지도 모른다고 놀라는 등 공포심과 불안감에 고통 받고 있으며, 불쾌감 등의 기억으로 안락한 잠을 자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등 피해자가 입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매우 커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을 고려하더라도 1심의 선고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2020노1210).

인터넷 방송을 통해 알게 된 17세 여학생에게 현금을 주고 수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2020노1729).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범행은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확립해 나가는 단계에 있는 아동·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올바르고 건전한 성문화 정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게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공직선거법 항소심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 내리기도

선거사범에 대한 판결에서는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한 이 후보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후보자는 1999~2019년 서울고법에서 재판장과 배석판사로 근무하며 총 40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을 했다. 이 중 항소를 기각해 1심 판결을 유지한 판결이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형을 높인 사례는 3건, 감형한 사례는 10건이었다.

이 후보자는 2019년 선거사무원을 폭행해 1심에서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 원으로 형을 올렸다(2018노3199). 양극성 정동장애를 앓고 있는 피고인이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피해 정도가 중하지 않다 하더라도 '시끄럽게 선거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선거사무원을 폭행한 것은 "민주주의의 바탕을 이루는 선거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로 죄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가 합의해주지 않는다고 또 다시 폭행하는가 하면 절도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 폭행을 저질렀다는 점도 고려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 재판장 시절 판결은

이 후보자는 공무원 직위 관련 처분취소 소송에서는 대체로 행정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 후보자가 2015~2017년 서울고법 행정2부 재판장을 지내며 내린 해임·강등·파면 처분취소 사건 판결 8건 중 7건에서 원고인 공무원이 패소했다. 나머지 1건은 원고 일부승소였다.

업무상 질병, 산업재해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서는 공단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더 많았다. 이 후보자가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 판결 26건 중 18건이 원고(유족) 패소, 8건이 원고 승소였다.

이 후보자는 노동조합의 시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2015년 한 노동조합이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처분취소 사건 항소심에서 서울경찰청의 항소를 기각하며 노조 손을 들어줬다(서울고법, 2015누48190).


기업 공정거래 판결에선 '균형감' 엿보여

기업 공정거래 판결에서는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불복해 기업이 낸 취소소송 62건 중 원고 승소(일부승소 포함) 30건, 원고 패소 31건, 각하 1건을 판결했다.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이유로 내린 과징금 27억여 원 처분은 부당하다'며 삼양식품이 제기한 과징금 및 시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이 후보자는 기업 측 손을 들어줬다. 그는 "삼양식품의 지원행위로 시장의 공정 거래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서울고법, 2014누5615).

삼성물산이 공정위 과징금 98억여 원이 부당하다며 불복해 낸 과징금 취소소송에서는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은 부당한 공동행위의 억제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위반행위에 제재를 가하는 성격도 있다"며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서울고법, 2014누7475).


다양한 민사 판결도

이 후보자는 국민의 삶 면면에 닿아있는 다양한 민사 판결도 다수 내렸다. 엘박스에 등재된 판결 외에도 이 후보자는 2007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 한국철도공사에서 업무와 관계된 질병으로 장해를 입었지만 장해등급 판정 전에 정년 퇴직을 하게 된 원고가 삼성화재해상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 했다(서울중앙지법, 2007가합28562).

2008년에는 등기권리증을 점검하지 않아 사기를 당하면 중개업자에게 70%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했다(서울중앙지법, 2008가합50528).

2013년에는 불법 복제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한 자는 사용기간에 상관없이 프로그램 정품가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서울고법, 2012나68493).

같은 해 이 후보자는 변호사가 의뢰인과 수임계약을 체결하면서 승소금의 일정 비율을 성공보수금으로 받기로 했다면, 성공보수의 기초가 되는 판결금에는 의뢰인이 승소 판결로 받은 원금뿐 아니라 지연이자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서울고법, 2013나12060).


홍윤지 기자   hyj@lawtimes.co.kr

안재명 기자   jman@lawtimes.co.kr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한수현 기자   shhan@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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