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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 합격 위주 교육에 기초법학 말라 죽고있다”

작성일 : 2024.06.03 조회수 : 258
‘기초법학의 위기’ 학술대회
25개 로스쿨 교수 788명 중
기초 전공 교수 30명에 불과
수강생 줄어 ‘고사 상태’
“부전공으로 전락할 것”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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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과 법사학, 법사회학 등 기초 법학 과목이 로스쿨에서 가르칠 교수도, 수강하는 학생도 줄어 '고사 상태'라는 지적이 법학계에서 나왔다.

 

로스쿨에서 기초 법학이 붕괴되면 고기 잡는 법(실무)은 알지만 그물 만드는 법(이론)은 모르는 '반쪽 법조인'이 양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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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의 위기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조홍식)는 5월 31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로스쿨 모의법정에서 '기초 법학의 위기'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관하고 한국법철학회·한국법사학회·한국법사회학회·법과사회이론학회·한국젠더법학회·아세아여성법학회·건국대 법학연구소·서울대 법학연구소 법이론연구센터·전남대 법학연구소 법인문학센터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초 법학 과목이 로스쿨 교과 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가르칠 교수도, 수강하는 학생도 줄어 '고사 상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전체 로스쿨 교수 788명 중 기초 법학을 전담하는 교수는 30명(3.8%)에 불과했다.

 

장원경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데이터로 본 로스쿨의 기초법학 교육 및 연구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2023년 기준 기초법학 교수는 △서울대 6명 △전남대 3명 △고려대 2명 △연세대 2명 △부산대 2명 등 30명에 불과하다"며 "경희대·서울시립대·원광대·충남대·충북대 등 5곳은 기초 법학 전공 교수가 1명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18개 로스쿨에서 법사회학을 수강한 학생은 40여 명뿐"이라며 "법학방법론·법사회학·법사학 등 다른 기초 법학 과목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고봉진 제주대 로스쿨 교수도 "퇴임한 기초 법학 교수 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기초 법학 전공이 아닌 다른 교수들이 그 자리를 하나씩 담당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기초 법학은 '부전공 학문'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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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법학 과목 이수,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기초 법학이 고사 위기에 처한 이유를 두고는 "변호사시험 합격에 필요한 민사법·형사법·공법 등 시험과목 중심으로 로스쿨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학생들이 기초 법학을 경험해 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기초 법학 과목을 로스쿨 졸업요건으로 하는 전공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로스쿨 평가 기준에도 기초 법학 과목 개설여부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두현(43·사법연수원 40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법철학·법제사·법사회학·젠더법학 등 기초 법학 과목을 선택적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법조인이 될 사람이라면 로스쿨에서 적어도 하나의 기초 법학 과목이라도 수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초 법학 강의 개설 여부를 로스쿨 평가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단기적인 변호사시험 결과에 치우진 학사운영은 결국 기초 법학만이 아니라 환경법·조세법·지식재산권법 등 특성화 과목의 학문적 발전을 고사시키는 '공유지 학문의 비극'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김연미 전남대 로스쿨 교수도 "현재의 로스쿨 체제에서 제도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기초 법학 과목을 교육과정에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도록 '법학전문대학원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운드테이블 토론에 참석한 이석태(71·14기) 전 헌법재판관도 "로스쿨 인가 조건 또는 운영 요건에 기초법학 개설 유무를 심사하고 현실적으로 강의가 가능한지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며 "기초법학 과목을 변호사시험 선택 과목으로 포섭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최저기준을 만족하는 로스쿨생이라면 모두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도록 해야 기초 법학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임상혁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변호사시험은 과거 사법시험과 같이 인원 제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결국 예전 법대생들이 법학 강의를 외면하고 고시학원에 매달리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 로스쿨에서도 연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봉진 제주대 로스쿨 교수도 "변호사시험에 매여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 로스쿨은 법학을 여러 관점에서 다룰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며 "미국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주마다 다르지만 70~80% 이상"이라고 전했다.


기초 법학 강화를 위해서 실무 수업은 로스쿨 졸업 후 별도의 다른 기관에서 진행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황희(47·34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3년 동안 수험적으로 대비해야 할 공부량이 많은 탓에 기초 법학 공부에 관심을 가지기가 더욱 어렵다"며 "일본의 경우처럼 신사법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사법연수원·대한변협 등 별도의 기관에서 실무수업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한다"고 밝혔다.

 

이재승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학생들이 변호사시험과 무관한 과목은 거의 수강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생들이 로스쿨에서 이론교육을 충실히 받고 변호사 자격 취득 후 실무수습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 더 적절한 이론·실무 간의 교육 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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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규 기자  soonlee@lawtimes.co.kr 

안현 기자 hyun@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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