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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에 부딪힌 기후소송

작성일 : 2024.11.27 조회수 :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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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산하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가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내 사빈센터와 함께 발간하는 보고서는 매년 기후소송 트렌드를 추적한다. 그 여섯 번째 보고서인 ‘기후소송 글로벌 트렌드 2024’가 지난 6월 발표되었다.


2023년 최소 230건의 새로운 기후소송이 제기되었고, 매우 특징적인 것은 그 230건 중 약 50건은 백래시(backlash) 기후소송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기후소송이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백래시 기후소송은 기존 기후소송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후 행동 자체 또는 기후 행동이 실행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후 리스크를 재무 의사 결정에 통합하는 것에 대한 ESG 백래시 소송, NGO와 주주 활동가들이 기후 의제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전략적 봉쇄 소송(SLAPP), 인권을 근거로 기후 정책의 분배적 영향이나 정책 개발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정의로운 전환 소송 등이다.


ESG 백래시 소송의 사례는 ‘스펜스 대 아메리칸 항공(Spence v. American Airlines, Inc.)’으로, 원고는 아메리칸 항공이 재무 수익보다 ESG 목표를 우선시하여 직원퇴직소득보장법(ERISA)에 따른 신탁 의무를 위반했다고 고발했으며, ‘Wong 대 뉴욕시 직원 퇴직 시스템 소송’에서는 펀드 매니저가 기후변화 고려 사항을 투자 결정에 통합함으로써 신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원고들이 이러한 정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후 문제가 정치화되면서 주(state)의 정치적 성격에 따라 제기되는 소송이 대조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공익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활동가들을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으로, 그 목적은 구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소송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협박하고 침묵시켜 자원을 소진시키는 것이다. 2023년 영국의 Shell과 프랑스의 Total이 그린피스 및 기타 NGO를 상대로 제기한 전략적 봉쇄소송이 여러 건 있었다. 이는 새로운 일은 아니며, 글로벌 환경단체인 지구의벗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지난 10년간 화석 연료 업계가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전략적 봉쇄소송을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152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의로운 전환 소송’은 저탄소 미래로의 전환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구조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집단이나 개인을 대신하여 제기하는 소송으로 기후 행동을 인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개인, 지역사회 또는 노동 단체가 제기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 조치의 일환으로 파키스탄 정부가 카라치 수로변 건물 철거를 하려는 계획에 대해 2022년 유엔 파키스탄 특별보고관은 철거 과정에서 주민들의 집과 생계 터전이 파괴되고,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구제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몇 년간 등장한 또 다른 중요한 유형의 기후 백래쉬 소송은 녹색 대 녹색 갈등이다. 즉 기후 목표와 생물다양성 등 다른 환경적 목표 사이에 상충 관계가 있는 경우 이를 다투는 소송이다. 대체로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와 같은 기후 완화 관련 프로젝트가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소송이 많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환경단체가 북대서양과 흑동고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허가에 이의를 제기한 ‘세이브 롱비치 아일랜드 대 미국 상무부 사건’ 등이 있다.


그동안 기후소송은 정부와 기업의 기후 행동을 앞당기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반격하는 소송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 문제제기가 정당한 경우도 있으나, 기후행동을 지연시키려는 세력들이 이를 악용하거나 도구화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완화하려면 대중을 보다 직접적으로 기후행동에 참여시키고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책에 대한 사실을 명확히 하는 등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현영 변호사(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지구법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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