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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도둑’ 공공재정 부정청구

작성일 : 2024.11.27 조회수 : 64
전염성 높은 재정건전성 파괴범
초기 대응 못하면 큰 위기 우려
공공재정환수법 있지만
규제·조사만으로는 한계 있어

국민에 의한 감시와 통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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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9개월 만에 국가보조금 53억 편취.”


지난해 5월 검찰 수사에 따르면,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에 참여한 컨소시엄 업체 대표들이 허위 직원을 고용해 인건비를 지급했다가 돌려받는 방식 등으로 2021년 5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53여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가로챘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부패신고를 조사 해 수사의뢰(이첩)한 사건으로, 공 공 재정을 침해한 민간 부패의 대표적 사례다.


공공재정을 부당하게 편취 하는 자들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는 결국 모든 국민에게 부담과 고통을 준다. 또한 정부 신뢰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강력한 제제 법률을 마련해 왔다. 공공재정에 대한 부정청구 행위는 범죄의 전염성을 경고하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 적용되는 영역으로,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총체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익(私益)을 극대화하므로, 공익(公益)을 무시하지 않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이 중심이 된 규제나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민에 의한 감시·통제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중 불량총기 등 군수물자 납품에 대한 범죄가 만연하였고, 사기죄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에 연방정부는 국가 재정의 부정청구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정부를 대신해 국민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고 또한 이에 대해 보상(Qui Tam Action, 사인의 대행소송)받을 수 있는 ‘부정청구금지법’(일명 ‘링컨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이후 소송 청구요건을 완화하는 등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개정되었고, 지금까지 부정청구금 환수 및 예산낭비 억제에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약칭 : 공공재정환수법)을 2020. 1. 1.부터 시행하였다. 이 법에 따르면, 공공재정을 ‘공공기관이 조성·취득하거나 관리·처분·사용하는 금품 등’으로 정의하고, 보조금, 보상금, 출연금이나 그 밖에 상당한 반대급부를 받지 않고 제공되는 금품 등(공공재정지급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청구하거나 지급받은 경우에는 부정이익의 환수는 물론 환수금액의 5배까지 제재부가금으로 의무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부정청구 등을 신고한 사람에게는 부정이익 환수액과 제재부가금 부과액의 30%를 30억 원 이내에서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한 부정청구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도 도입해 올해 9월 27일부터 시행한다.


2023년 공공재정 부정청구를 적발해 부과한 환수 및 제재부가금은 총 1522억 원으로, 이 법이 시행된 2020년 457억 원에 비해 3.3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간 우리 사회가 보조금으로 대표되는 공공재정지급금에 대하여 얼마나 도덕적으로 해이했었나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잘못된 행위를 눈감아 주는 시대가 아니다. 부정이익 환수에 더 해 이자와 최대 5배까지의 금전적 제 재뿐만 아니라 가산금과 체납처분, 고 액부정청구등행위자에 대한 명단공 표, 형사처벌 등 중첩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사회서비스 전자이용권(일명 ‘바우처’) 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 제공기관이 이용자의 바우처 카드를 보관하고 있다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결제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64개 지방자치단체의 122개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해 환수처분 이외에도 222억 원의 제재부가금을 부과하도록 권고하였는데, 이는 더 이상 ‘걸리면 말고’ 식의 사고가 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부패는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나태함은 소극적이어서 밖에서는 알기 어렵다. 오직 안에 있는 사람만이 정확히 알 수 있으며, 이들만이 부패행위를 멈추게 할 수 있다. 그간 우리는 ‘이정도 쯤이야’, ‘남들도 다 하는데’라며 나와 내 주변의 부패를 합리화하지 않았나 돌아보아야 한다. 부패방지를 위한 노력, 이제 공공 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할 이유이다.

 

 

권석원 상임위원(국민권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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