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최후진술 전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75·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재판장 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특정 인물을 표적으로 무엇이든 옭아맬 거리를 찾아낸 먼지털이식 수사였다"며 검찰 수사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당시 대통령은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으로 인해 사법부의 신뢰가 뿌리 채 흔들리는 전례없는 위기상황에 봉착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는데, 일국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심장인 대법원 중앙홀에 와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비롯한 많은 법원 가족 앞에 두고 축사라고 하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눈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20분에 걸친 최후진술 내내 단호한 어조를 유지했고, 중간에 잠시 입을 굳게 다물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사건은 내가 평생을 바친 우리 법원의 미래와 사법부 독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사건"이라며 "사법부를 이렇게 초토화해놓고 법관의 독립을 위한 것이었다니 어안이 벙벙하고 가슴이 아플 뿐 아니라, 만약 사법부가 이런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사법부의 독립은 앞으로도 집권세력이 바뀔 때마다 이런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열린 결심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게 징역 5년,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게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선고기일을 12월 22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2019년 2월 기소된 이후 4년 7개월 만에 선고기일을 제외한 1심 재판 절차가 마무리됐으며 1심 결과는 4년 10개월 만에 나오는 것이다.
이 사건은 2019년 2월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돼 같은 해 3월 25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5월 29일 정식 재판이 시작된 이후 총 277회에 걸쳐 공판기일이 열렸다. 기소 약 4년 7개월 만에 1심 절차가 끝난 것이다. 신속 처리 사건으로 지정된 이 사건 심리를 위해 재판부는 처음에 주 3회 공판기일을 열었으나 이후에는 주 2회 등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