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제한 규정 없어” vs “현상유지에 국한해야”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은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전원합의체 진행 전례도 있다고 했다. 내년 1월 1일 임기가 끝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제청, 전합 재판장 권한 및 법원장과 법관 인사 등 세 가지 쟁점에 대해 모두 대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대행 범위를 둘러싸고 법원 내외부는 물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어 심각한 내홍이 예상된다. 수도권의 한 평판사는 "권한대행이 '대법원장'인가"라며 "결국 대통령과 국회를 무시하고 자체 해석으로 '대법원장'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상 권한대행 제한 규정 없다"
일부 대법관은 법률상 권한대행의 권한이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기 때문에 그 행사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전합 재판장 권한을 대행해 계류중인 전합 사건 5건을 심리, 선고할 수 있으며 내년 초 법원장과 일반 법관 인사권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합 사건은 △인지청구(2021므13279) △손해배상(2020다265969)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2018두55272) △의료법위반(2022도11979) △구상금(2020다271650) 사건 등 5건이다.
A 부장판사는 "안 권한대행은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뉘앙스로 느껴지도록 발언한 것 같다"며 "대법원장이 제때 제청, 임명되지 않으면 권한대행이 거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권한대행이 스스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더라도 자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권한을 행사했을 때는 그 위법 여부가 쟁점인데, 위법 여부를 선뜻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 권한 행사는 '위헌'
대다수의 법관과 일부 대법관은 적극적인 권한 행사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추후 권한대행의 권한과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고위 법조인은 "대법관 13명을 모아 놓아도 대법원장이 될 수는 없다"며 "근본적으로 책임의 무게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B 부장판사는 "권한대행이 현상 유지를 넘어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을 행사할 경우 헌법적 권한 침해 문제가 생긴다"며 "예를 들어 내년에 법원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고 하면, 김선수 선임 대법관이 김상환 법원행정처장과 조율할 텐데 법원장과 법관들이 이들의 인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 인사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한대행이 전합을 진행한 전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헌법재판소 개소 전인 1987년 헌법 개정 이전 사례였다는 것이다. 한 판사는 "대행체제로 전합 선고를 했다가는 헌재에 재판소원이 제기될 것"이라며 "권한대행의 행위에 타당성을 넓게 부여하기 시작하면 앞으로도 정치적 이유로 대법원장 공석을 만드는 상황이 반복될 소지가 있고 그건 법원에 헬게이트가 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불가”, 야당은 “가능”
여야의 입장도 나뉘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합은 13명으로 구성되는데, 6대 6일 경우에 대법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며 "권한대행 체제는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도 "대법관 임명 제청 문제는 권한대행으로 하기 어렵다"며 "같은 대법관의 인사 추천을 같은 대법관(권한대행)이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다.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이용경 기자 yklee@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