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추천 대법원장 후보군 강민구 제외에 "親리걸테크 성향이라 배제" 뒷말
대한변호사협회가 16일 제17대 대법원장 후보자로 전·현직 법관 5명을 추천한 가운데 강민구(65·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추천 후보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강 부장판사가 평소 인공지능(AI) 기반의 리걸테크 산업 진흥을 주장하면서 변호사단체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23일째(10월 17일 기준)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변협(협회장 김영훈)은 지난 16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오석준(61·19기) 대법관, 이광만(61·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종석(62·15기) 헌법재판관, 조희대(66·13기) 전 대법관(현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 홍승면(59·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추천했다. 변협 측은 "전국 지방변호사회와 법조계 안팎에서 덕망 있는 인사를 추천 받아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와 변협 사법평가위원회에서 논의한 끝에 이 같이 결정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변협 추천 후보들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대법원장 후보자로 거론됐던 인사들이다. 변협 추천 후보에 '새로운 제3의 인물', '뉴 페이스'는 없다는 것.
강 부장판사가 변협의 대법원장 추천 후보에서 제외되자 일각에서는 모 지방변회로부터 대법원장 후보 추천을 받은 강 부장판사가 평소 리걸테크 규제 완화를 주장해왔다는 이유로 추천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법원의 'IT 전문가'로 꼽히는 강 부장판사는 평소 리걸테크 산업 육성과 AI 시대에 대한 법조의 신속한 대비 필요성을 주창해 왔다.
그는 지난 5월 법률신문 인터뷰에서 "법원이 정책적 결단을 내려 생성형 AI 기술을 신속히 법관 실무에 도입해야 한다. 국민의 예산을 아끼고 법관 수를 급격히 늘리지 않으면서 판결을 빠르게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형 법률 AI가 성공하려면 법원 클라우드 서버에 묻혀있는 수백만 건의 하급심 판결문, 공시되지 않은 일부 대법원 판결문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 법률신문 법조광장 기고에서는 렉시스넥시스 등 미국 리걸테크 회사들의 생성형 AI 법률서비스 전격 출시를 두고 "한국법조 AI 분야에 미국 거대 메이저 법조 AI의 장악이 곧 일어날 것"이라며 "이제 막 꽃을 피우는 한국의 리걸테크 회사들의 AI 서비스들이 풍전등화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판사는 "강 부장판사는 한국 법조가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AI 기반 리걸테크 회사와 변호사단체가 상생해야 한다는 주장을 법원에서 유일무이하게 주장해 온 인사"며 "특정 리걸테크 기업을 옹호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윤지 기자 2023-10-17 16:46